스위스 출장기 - 여행 (도시하이킹, 스위스도시, 빈사의사자상; 루체른)
#2 혼자만의 도시 트래킹을 해보자
「Luzern (루체른)」
출장으로 스위스에 와서
바쁜 시간을 보내던 중에도 주말이 찾아왔다.
토요일 하루를 동료들과 함께 융프라우에 다녀온 직후라
몸이 고단하기도 했고 인천 공항 이후로 혼자 보낸 시간이 없어
일요일 하루는 온전히 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전날 일정의 고단함으로
하루 정도는 게을러져볼까 생각도 했지만,
'무려 스위스에 있는데, 게으름이라니!?'
일단 밖으로 나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출장에 오면서 세웠던 계획 중,
자연 풍경은 융프라우를 다녀오면서 그 목표를 달성했고,
두번째 계획을 위해 Basel 근처의 도시 구경을 떠나기로 했다.
구글로 사진을 검색하면서 내가 생각한 조건은 세 가지,
1. 도시지만 자연과 조화로운 풍경이 있는 곳. 이를 테면 강이나 산이 있는 곳
2. 느긋한 내 걸음으로 2 ~ 3시간 정도 코스가 구경할 수 있는 곳
3. 당일치기가 되어야 하므로, Basel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거리의 위치
그 조건을 찾아보니, Luzern (루체른)이다.
루체른은 호수와 산을 품고 있는 도시로,
Basel SBB역에서 편도 1시간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도시 내에 성당을 비롯한 건축물 및 조각상들이
역사로부터 멀지 않은 거리에 분포하고 있어
느긋하게 걸으면서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스위스 와서 처음으로 혼자 기차를 타고 떠나는 일정이라
조금은 무서웠지만, 융프라우까지 다녀온 마당에
이 정도쯤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떠나자, 루체른으로!!!
숙소 문을 나선지 2시간 가량지나 Luzern (루체른)에 드디어 도착했다.
환승역도 놓치지 않았고, 큰 어려움 없이 도착했는데
곤란한 상황이 생겼다. 화장실이 모두 유료다.
돈을 내고 화장실을 가야하다니....
(그래서 역 앞 맥도날드로 갔는데, 여기 화장실도 도어락 번호가 필요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마침 누군가 문을 열길래 얼른 따라 들어가서
곤란한 상황을 해결했다. 공.짜.로. 뿌듯. ㅎㅎ)
본의 아니게 루체른 역사를 서성거린 덕에
루체른 역전이 익숙해질 무렵,
길 건너로 시선을 돌리니 강인가 싶은 호수가 보인다.
루체른 호다.
루체른에 도착한 날도 꽤 추웠지만,
바젤, 인터라켄과는 다른 풍경에 한참을 호수 주변 길을 걷고 구경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여러 스위스 풍경들을
보고 있다는 되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걷고 또 걸었다.
혼자서 걸으니 온전히 내 속도로
느리게 걸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루체른을 느긋하게 걷다보니,
도시 모습이 조금 더 눈에 들어온다.
유럽이야 국가보다는 장원이나 도시 중심으로
그 역사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그 도시를 통치하던 가문 (메디치 가문?)이나
도시 내 옛 성곽터의 흔적이 구 시가지와 신 시가지를 가르는
경계선으로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구글 이미지 상으로도 황량한 풍경을
보여줬던 '무제크 성벽'을 굳이 찾아갔다.
혹시나 루체른 전경을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무제크 성벽까지 걷고 보니 힘들었다.
발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하지만, 루체른 여정의 마지막 포인트
'빈사의 사자상'을 꼭 보고 싶었다.
빈사의 사자상은
'1792년 프랑스 혁명에서 마지막까지 루이 16세를 지킨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한 작품'이라고 한다. (출처: 네이버 여행정보)
(용병들이 자국의 왕도 아닌, 타국의 왕을 지키다 전사했다고 하니
그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빈사의 사자상을 끝으로 루체른 도보 여행 일정은 끝이났다.
루체른의 마지막 목적지는 라트하우스 양조장 (Rathaus Brauerei)이다.
여기 흑맥주가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원래는 여기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게 안은 이미 만석이라 손님을 더 받지 않고 있었고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 또 올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그냥 발길을 돌릴 수는 없어서,
호수가 보이는 노상 테이블로 자리를 잡고 흑맥주를 시켰다.
근데 이게 뭐야, 너무 맛있다.
(배고프고 고단해서였을지... 모를일이다.)
고단했지만 느긋하고 부지런하게 하루를 걸어 다녔다.
돌아가는 열차를 타려고 역사에 있는데
어느덧 해가 늬엿늬엿 넘어가고 있었다.
하루를 알차게 보낸 것 같아 뿌듯한 마음 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 반으로
바젤로 다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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