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성비중식, 평일저녁산책, 화이트와인페어링, 홈베이킹, 젤다의전설」
여름, 덥고 습하지만 아내와 함께하는 일상은 무탈하고 행복하다.
평일 저녁 퇴근길.
휴무였던 아내에게서
"짜장면, 탕수육 드실?"
내 대답은
"ㅇㅋ ㄱㄱ"
이제는 찾기 힘든 가성비 중국집.
유튜브에도 여러 번 소개될 만큼
극강의 가성비가 있는 곳이
집 근처에 있는데,
아내는 그곳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사실 그 가게는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했는데,
당시에는 짜장면 한 그릇은 3~4천 원만 있어도
먹을 수 있는 접근성이 아주 좋은
음식 중에 하나였을 뿐이라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2023년,
이젠 더 이상 짜장면도 저렴하게 먹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이곳은 탕수육을 시키면 짜장면을 서비스로 줘버리는 그런 곳.
물론, 평범한 중국집과는 다른 양과,
음식 가격을 낮추기 위한
사장님의 고민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이곳은 맛과 가격면에서
착한 음식점이 맞다.
심지어, 한 자리에서 1년 버티기도 쉽지 않은 요즘
15년 넘게 한 자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사장님
정말 리스펙트다.
늘 지나다니는 곳에서 가보지 못한 공원을 발견하다.
고등학교 통학부터 지금의 출퇴근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지나다니는 길이 있다.
너무 오래 다녀서 일지
나도 모르게 그 길 주변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내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아내가 이야기했다.
"오늘은 저쪽으로 걸어볼까?"
나는 순간 생각했다.
'어? 나 저기 안 가봤네!?'
익숙한 공간에서도
내가 모르는 곳이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저녁 산책이었다.
여름 저녁엔 상큼한 화이트 와인
집에서 저녁을 해 먹기 시작하면서
저녁 식사 때 한 잔 한 잔
술을 곁들이는 일이 늘어났다.
요즘 같이 덥고 습한 날에는
청량감 있고 상큼한 화이트 와인이
어떨까 생각했다.
주말에 출근하는 아내의 점심을 만들었다.
며칠 전 아내가
점심으로 먹은 샌드위치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말랑한 베이글 사이에
양상추랑 얇은 햄? 이 들어가 있는데
너무 맛있었어!"
그래서 나는
"혹시 잠봉뵈르 샌드위치를 먹은 걸까?"
"(영수증을 뒤적뒤적) 어! 맞다!"
주말에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어봤다.
아내가 출근한 이후에
나도 하나 만들어 먹었다.
나는 톡 찌르는 맛 하나 추가하고 싶어서
스리라차를 이용한 소스를 추가했다.
주말 오후, 운전할 일이 없어
맥주도 곁들였는데
행복하다.
나는 베이킹 천재 옆에 산다.
취미 부자인 내 동생은
베이킹에 아주 심취해 있는데
이젠 아마추어 수준을 아득히 넘어
저 멀리 우주로 가버렸다.
그 덕에 나는 매주 미술랭 ★★★가 아까지 않은
피자를 얻어먹고 있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고인다.
아내가 처가에 갔다.
평일 이틀 휴무가 생긴 아내는
처제의 첫 아이 100일을 축하해 주러
처가로 내려갔다.
아내가 없는 만 이틀,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여름엔 콩국수
결혼 전, 어머니는 여름이면
콩 몇 가지를 찌고, 갈아서 고소한 콩물을
만들어 주셨었다.
퇴근길에 전화를 드리니
콩물 만들어 놨으니 가져가라 하신다.
고소한 맛이 생각나 어깨가 들썩인다.
어머니가 주신 콩물은
밤에 출출하면 꿀을 타서 한 잔,
저녁 때는 소면을 삶아
콩국수로 맛있게 먹는 중이다.
진심, 너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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