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다시 한다면 - 혼수준비 (가구)
#01 다시 결혼 한다면
최근 재미있게 봤던 '재벌집 막내아들' 처럼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
이른바 다시 태어나는 「회귀물」이
장르물 대세가 된지 오래이다.
이런 회귀물처럼 나와 아내는
'다시 ~한다면' 이라는 전제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가 많은데
최근에 가장 재미있던 주제가 '결혼'이다.
#02 지금 너무 행복하지만, 다시 한다면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나는 아내와 결혼하여 함께하는 신혼 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싱글로 지냈던 지난 나날들이 전혀 그립지 않다.
(그니까 오해 말자ㅎㅎ)
나와 아내가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이 선택은 좀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가장 큰 이유이다.
우리 두 사람 다 최선을 다해 검색하고, 발품을 팔았지만
결정적으로, 우린 같이 살아본 적이 없는 두 남녀였기 때문에
결혼을 준비하던 당시에 내린 결정이
지금 기준해서 본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03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결혼 전에 나는 아내에 비해
결혼 후 삶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있었다.
예를들어, 친구나 가족을 집에 초대해서
식사를 함께하고 싶으니 식탁은 6인용 테이블이었으면 좋겠다,
집에서 OTT나 축구를 볼 때 큰 화면으로 보고싶다,
집에서도 스테이크나 구운 빵을 직접해서 먹고싶다 등등의
구체적인 바람들이 내게 있어서
혼수를 마련할 때 내 주장과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다.
(내 주장을 대부분 받아준 아내가 지금도 고맙다)
하지만 실제 결혼 생활에서 이것들을 해보니,
상상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그리고 의외로 스스로 알지 못했던내 취향과,
습관이 드러났고,이것들이 한 장면으로 모이니
최선의 선택지가 바뀌게 되었다.
식탁의 경우 6인 식사가 가능한 사이즈의
천연 대리석 상판,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
상판과 수직이 아닌 사선으로 뻗은 다리를 가진
정말 예쁜 제품을 선택했다.
그런데, 매일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고
가끔 6명 정도의 손님을 초대하여 사용해보니,
뭔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4 내가 이럴줄, 나도 몰랐네
디자인만 놓고 보면 너무 예뻤던 대리석 상판 식탁이
상판 위에 식기를 바로 두면 너무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 신경에 거슬렸고,
혹여나 대리석에 음식물 색이 이염될까 걱정되어
결국 식탁 보호용 투명 매트까지 구매해서 깔게 되었다.
미끈한 대리석 상판에 매료되었던 결혼 전의 나는,
예쁜 대리석이 만드는 작은 소음과
그것이 빨간 김치국물 색으로 물드는 걸 참을 수 없는
몹시 까탈스런 나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런 것이 예쁘다'와
'이런 건 참을 수 없다'가 만나
'차라리 값싸고 튼튼한 실전용 원목 테이블을 고를걸'
하는 생각을 낳아 버렸다.
#5 시행착오가 많지만, 아내와 함께라 다행이다
생각이 바뀐게 식탁 뿐일까,
따지고 들면 어딘가 하나쯤 다 아쉬운 것들이 있고,
예상못한 순간 투성이다.
다만, 못마땅한 마음에 바꿔보고 싶은 모든 것들도
아내와 함께하면 깔깔거리며 잠깐 이야기할
작은 소재들에 불과하다.
'다시 결혼 한다면 말야' 라고
지금 아쉬운 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건
내일을 함께 상상할 수 있는
사랑하는 아내가 옆에 있어서 가능한 것 같다.
역시 아내한테 잘해야겠다.
나는 지금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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