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카메라, 사진」
나는 싸이월드, 페이스북 시절부터
일상적인 사진을 찍어 올리는 걸 좋아했고,
어디 놀러 가면
가족, 친구들의 사진은 내가 찍어줘야 직성이 풀렸다.
지금처럼 핸드폰 카메라가 좋지 않던 시절,
사진 욕심에 똑딱이 카메라를 거쳐
결국에 SLR 카메라로 옮겨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때 큰맘 먹고 구매
했던 기종이 캐논 450D.
450D는 가족 여행 때 주로 사용했는데
코로나로 몇 년간 여행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내 카메라도 긴 겨울잠에 들어버렸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서 아내가 들고 온 짐 속에,
선물처럼 캐논 6D Mark II가 있었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대세가 되기 전
수백만 원을 호가하던 이 카메라가
'셔터 좀 눌러주세요' 하고 내 손에 들어왔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지만......
영화 속 토니 스타크가 사막 한가운데에서
마크 1을 만들어 악당을 일망타진하는 장면을 보면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은
도구 탓도 하고, 도구 덕도 본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적극적으로.
아주 기초적인 지식과, 평범한 센스를 가진 나에게
장인의 도구가 주어지니
대충 셔터를 눌러도 예쁜 사진이 나온다.
길 가던 아저씨에게 묠니르가 굴러 들어온 느낌이랄까,
그저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땅이 갈라지고, 천둥이 내리치는 기분이다.
'당연히 좋은 결과물이 나올거야' 하고
정해진 운명처럼 생각하고 셔터를 누르니
예쁜 사진들이 하나씩 얻어걸린다.
그럼 나는 다시 '역시 좋은 카메라야!' 하면서
내 확증 편향을 더 키워간다.
보통이라면,
내 실력보다 요행에 기대 결과를 바라는 건
어리석은 태도이지만,
아마추어가 그냥 즐기는 단계에서
도구에 좀 기대는 게 뭐 그리 나쁜 행동일까 생각한다.
너무 딱딱하고 고리타분하게 살지 말자.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지만, 나는 도구 덕도 보고, 도구 탓도 하며 경쾌하고 신나게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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