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손쉽게 할 뻔한 돼지 목살 구이」
집에서 하는 요리들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고기구이'이다.
고기는 정육 된 두께,
숙성 방식 그리고 그 정도,
조리를 오븐에서 할지,
팬에서 할지 등등에 따라
다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서 같은 부위인데도,
조금만 조건을 바꾸면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조리를 해야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고기를 '맛있게' 그리고 '항상 일정하게' 굽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같은 부위인데, 왜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이번에 사용한 재료는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돼지 목심 부위 2kg 통고기이다.
저온 냉장 숙성을 4일간 했을 때
맛있게 고기를 완성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동일하게 2℃에서 4일,
고기 표면에 굵은소금을 뿌려 숙성을 시켜줬다.
이렇게 4일이 지난 뒤에는,
고기 표면에 수분이 증발해서
부피는 줄어들고
촉감이 더 탄탄해지는 변화가 생긴다.
고기 색이나 촉감을 놓고 볼 때,
숙성은 문제없이 잘 끝난 것으로 보였고,
조리 및 보관이 용이하도록
먹기 좋은 양으로 절단해서
진공 포장 하였다.
아내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에
이 중 고기 두 장을 꺼내
185℃, 35분 동안 오븐에 넣어두었다.
지난 집들이 때는 고기를 절단하지 않고 통 고기 상태로 오븐에 넣었고, 고기 숙성 때도 굵은소금은 사용하지 않았으며, 고기 표면에는 양파, 마늘, 파프리카 가루를 럽처럼 만들어서 발라놓은 상태였다는 점이 이번과 달랐다.
2023.02.19 - [WonTTi_Food] - 주말에뭐먹지 (23-02-18)_고소한 맛이 당긴다면 돼지고기?!
겉은 그럴싸한데, 내가 상상한 그 맛과 질감이 아니다.
저온 숙성 4일을 기다려
드디어 먹게 된 순간이라 몹시 기대가 되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 기대와 너무 다른 결과가 나왔다.
우선,
질기고 퍽퍽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무 짰다.
결과물을 마주하고 보니
묘하게 염지 된 햄 맛이 어렴풋하게 나는 것 같았고,
얇게 썰어서 튀기듯이 구웠으면
미국식 베이컨 비슷한 맛이 날 것도 같은 그런 고기였다.
나는 맛있는 돼지고기 전문 식당에서 먹는
겉은 바삭, 안은 탱글함이 살아있는
담백한 돼지고기 목살을 상상했지만,
결과가 그렇지 않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내 결론은 이렇다.
1. 굵은소금을 뿌려 저온 숙성을 4일 한 것은,
염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너무 긴 숙성 기간이었다.
그 결과 고기 수분이 너무 빠져나갔고,
전체적으로 고기가 너무 짜졌다.
2. 사실상 염지가 되어 버린 고기를
1.5 cm 정도로 썰어 놓은 상태에서,
'광파오븐 185℃, 35분' 조건*은
고기의 모든 수분을 날려버리기 충분했고,
그 결과 고기가 딱딱하고 뻗뻗해졌다.
*수분이 적은 염지 된 고기이기 때문에
수분을 더 날려버리는 효과를 가진 오븐보다는,
기름을 두른 팬에서 겉만 바삭하게 익혀주는 게 더 적절해 보였고,
시도해 보니 오븐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물을 얻었다.
그럼에도 고기 자체가 가진 높은 염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구이 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다른 요리에 사용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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