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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TTi_Food

망해버린 숙성 돼지 목살

by WonTTi 2023.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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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손쉽게 할 뻔한 돼지 목살 구이」

 

집에서 하는 요리들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고기구이'이다.

 

고기는 정육 된 두께,

숙성 방식 그리고 그 정도,

조리를 오븐에서 할지,

팬에서 할지 등등에 따라

다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서 같은 부위인데도,

조금만 조건을 바꾸면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조리를 해야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고기를 '맛있게' 그리고 '항상 일정하게' 굽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같은 부위인데, 왜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이번에 사용한 재료는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돼지 목심 부위 2kg 통고기이다.

 

저온 냉장 숙성을 4일간 했을 때 

맛있게 고기를 완성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동일하게 2℃에서 4일,

고기 표면에 굵은소금을 뿌려 숙성을 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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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 숙성 시작 단계, 굵은 소금을 사용했는데 적당량이 어느정도 일지 몰라 느낌가는대로 뿌려줬다.

이렇게 4일이 지난 뒤에는,

고기 표면에 수분이 증발해서

부피는 줄어들고

촉감이 더 탄탄해지는 변화가 생긴다.

 

코스트코돼지목심, 코스트코돼지목살, 굵은소금저온돼지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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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 숙성을 4일 거친 고기 모습. 붉은색이 더 진해지고, 표면이 더 탄탄해졌다.

 

고기 색이나 촉감을 놓고 볼 때,

숙성은 문제없이 잘 끝난 것으로 보였고,

조리 및 보관이 용이하도록

먹기 좋은 양으로 절단해서 

진공 포장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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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기 좋게 적당한 양으로 절단하여 진공 포장하였다.

아내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에

이 중 고기 두 장을 꺼내

185℃, 35분 동안 오븐에 넣어두었다.

 

지난 집들이 때는 고기를 절단하지 않고 통 고기 상태로 오븐에 넣었고, 고기 숙성 때도 굵은소금은 사용하지 않았으며, 고기 표면에는 양파, 마늘, 파프리카 가루를 럽처럼 만들어서 발라놓은 상태였다는 점이 이번과 달랐다.

2023.02.19 - [WonTTi_Food] - 주말에뭐먹지 (23-02-18)_고소한 맛이 당긴다면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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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그럴싸한데, 내가 상상한 그 맛과 질감이 아니다.

저온 숙성 4일을 기다려 

드디어 먹게 된 순간이라 몹시 기대가 되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 기대와 너무 다른 결과가 나왔다.

 

우선,

질기고 퍽퍽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무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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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근사하지만, 내가 상상했던 질감과 맛이 아니었다.

결과물을 마주하고 보니

묘하게 염지 된 햄 맛이 어렴풋하게 나는 것 같았고,

얇게 썰어서 튀기듯이 구웠으면

미국식 베이컨 비슷한 맛이 날 것도 같은 그런 고기였다. 

 

나는 맛있는 돼지고기 전문 식당에서 먹는

겉은 바삭, 안은 탱글함이 살아있는

담백한 돼지고기 목살을 상상했지만,

결과가 그렇지 않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결론은 이렇다.

 

1. 굵은소금을 뿌려 저온 숙성을 4일 한 것은,

염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너무 긴 숙성 기간이었다.

그 결과 고기 수분이 너무 빠져나갔고,

전체적으로 고기가 너무 짜졌다.

 

2. 사실상 염지가 되어 버린 고기를

1.5 cm 정도로 썰어 놓은 상태에서,

'광파오븐 185℃, 35분' 조건*

고기의 모든 수분을 날려버리기 충분했고,

그 결과 고기가 딱딱하고 뻗뻗해졌다.

 

*수분이 적은 염지 된 고기이기 때문에

수분을 더 날려버리는 효과를 가진 오븐보다는,

기름을 두른 팬에서 겉만 바삭하게 익혀주는 게 더 적절해 보였고,

시도해 보니 오븐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물을 얻었다.

그럼에도 고기 자체가 가진 높은 염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구이 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다른 요리에 사용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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